<김명열칼럼> 하얀 배꽃 피는 내 고향의 봄

작성자
K Florida
날짜
2024-04-10

<김명열칼럼> 하얀 배꽃 피는 내 고향의 봄




차가운 봄바람, 꽃샘 추위속에 매화꽃 피어나고 그를 이어서 곧이어 개나리, 진달래 흐드러지고 다음 벚꽃이 한바탕 내 고향 마을 천지를 뒤덮고 나면 차례를 기다렸다는 듯이 오롯이 쓸쓸하게 피어나는 꽃이 있다. 배꽃이 그들이다.




꽃샘추위에 떨다 혼자 피어있는 백목련은 떠나간 애인같아 떨리는 가슴속으로 애린 생각이 자꾸 올라오지만, 봄비라도 다녀간 다음날 함초롬히 빗방울을 이고 있는 봄까치 꽃이나 노랗게 피어 빙그레 웃는 민들레꽃이라도 생각나면 나의 마음은 옛날의 내고향으로 줄달음친다. 사실 내 고향의 봄은 이원수님의 “고향의 봄”보다 더 아름다운 꽃 천지였다. 배꽃만 꽃이었으랴, 사과꽃, 복숭아꽃, 살구꽃, 매화에 노란 장다리꽃, 새치름한 연보라 무꽃, 묵정밭에 뽀얗게 깔린 냉이 꽃, 밭둑에 넘쳐나는 봄까치 꽃, 길가 풀섶에 달큼하게 웃고 있는 민들레꽃, 소복소복 피어나던 하얗고 진보라 빛 오랑캐 꽃, 이 꽃들을 밟아야 산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 소꿉동무 불알친구 용복이 집에 닿을 수 있었고, 이 꽃들이 줄지어 서있는 동구 밖 길을 지나야 학교에 갈수 있었으니 우린 그냥 꽃동산에 살았었다고 말 할 수밖에…….




배꽃이 필 때면 더욱 고향이 그립다. 집 뒤켠 토담 옆에 펑퍼짐하게 자리 잡고 자라난 배나무는 어찌나 배도 크고 달았는지 우리 동네 명물이 되다시피 했다. 가을이면 커다란 두 그루의 배나무에서 해마다 한가마가 넘게 실한 배를 따서 이웃에게도 나눠주고 동네사람 모두에게 몇개씩 나눠주기도 했다. 가끔씩 책보자기에 배를 몇개씩 싸 갖고 가면 급우들은 배하나 얻어먹으려고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기도 했다. 달고 맛있는 배로 인하여 급우들은 나를 많이 좋아했고, 내가 좋아했던 영미는 급우들 몰래 감추어두었던 배를 줄때면 얼굴이 빨개져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4월 중순경 배꽃이 아름답고 화사하게 피어날 때면 배꽃 그늘에 앉아 나의 아버지는 정월달에 담가놓았던 이화주를 동네 사람들과 함께 마시기도 했다.




이화주(梨花酒)는 원래 배꽃이 한창 피었을 때 담그는 술이라 하여 이화주라고 부른다. 빛깔이 희고 된 죽과 같아서 물을 타서 마신다. 어렴풋한 나의 기억으로는 ‘너무나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미리 불려 놓았던 쌀을 곱게 가루를 만들어 삶아서 달걀만큼씩 뭉쳐 누룩가루를 골고루 섞어 항아리에 솔잎과 함께 켜켜로 담아 윗목에 둔다. 봄에는 7일정도, 여름에는 약 20일정도 익혀서 꺼내 먹는데 여름에는 항아리를 물속에 넣어 익힌다. 막걸리는 막걸리인데 걸죽하다. 요즘으로 치면 요구르트 비슷한 독특한 형식의 막걸리 이다.




배꽃이 필 무렵이면 시골 농촌에서는 바쁜 농사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때 이다. 일손도 그만큼 딸리고 모자라서 이맘때면 강아지조차 부엌의 부지깽이를 물고 일손을 돕는다는 우스갯 속담도 있을 정도다. 배꽃 이야기가 나왔으니 참고로 오랜 옛날 고려시대 때 이조년이 지었다는 시조 한수를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다.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제,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야 아랴 마는, 다정(多情)도 병인양 하여 잠 못드러 하노라. 하얗게 핀 배꽃에 달빛은 은은히 비추고, 은하수는 ‘돌아서’ 자정을 알리는 때에, 가지 끝에 맺힌 봄의 정서를 자규가 알고서 저리 우는 것일까 마는, 다정다감한 나는 그것이 병인 듯 해서 잠을 이루지 못하노라.(지은이-이조년-연대=고려 숙종왕 때) 이 시조에 뜻풀이를 보태자면, 이화는 배꽃을 뜻하고 배꽃은 청조, 결백, 애상, 냉담 등의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배꽃은 예 시대 고시조에 자주 등장한다. 월백은 흰 달을 의미하고, 배꽃과 흰 달은 순결과 애상을 짙게 표현하며, 삼경은 한밤중을 뜻하고, 하루를 12등급 한 첫번째 시간을 뜻한다. 밤 11시부터 오전 1시까지의 시간대를 의미한다. 일지춘심은 한 나뭇가지에 어려 있는 봄날의 애상적인 정서로 봄의 정경을 기막히게 표현한 구절이다. 하나의 나뭇가지에 어린, 봄 마음을 의미, 자구야(소쩍새야)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 작자의 심정을 소쩍새를 끌어들여 표현한 것이다. 주로 소쩍새는 한(恨)의 이미지로 표현되고 있다. 여기서 ‘일지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달빛 받은 배꽃 한 가지의 아름다움을 보며 느낀 봄날의 애틋한 정서를 표현한 것이다. 금방 지나가는 봄과 마찬가지로 이 아름다움은 덧없이 지나가버리고 만다는 탄식이 일지춘심의 내용이다.




고향의 봄, 나의 고향은 봄이 되면 소쩍새 울고, 한낮이면 하이얀 반달이 중천에 떠, 햇님이 쓰다 버린 조각배도 지나가고, 앞 뜰, 뒷산, 계곡의 바윗돌 자락에는 진달래 피고, 온갖 꽃과 새, 벌 나비들이 제철을 만나 춤추고 노래하며 만화방초 얽히어 향기를 풍겨낸다. 이맘때가 되면 으례 생각나는 아동문학가 이원수(1911~1981)님이 작사하고 홍난파(1898~1941)님이 작곡한 봄이 되면 생각나는 노래, 고향의 봄 노래가 떠오른다.




아마도 이 노래를 모르는 한국인은 하나도 없을 듯 하다. 이 노래는 언제 들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동요이지만 어른들이 불러도 전혀 어색함이 없는 노래다. 그리고 어느 누가 불러도 아름다운 노래이다. 고향이라는 단어는 누구에게나 가슴에 와 닿는 포근한 말이다. 고향과 봄이 합쳐진다면 더욱 안온하고 포근해질 것이다. 고달프고 힘든 이민생활 속에 이노래 ‘고향의 봄’을 듣거나 부르면 마음이 순수해지고 편안해짐을 느꼈을 때가 많았다. 우리 민족 누구에게나 고향에 대한 정서가 잘 담겨져 있는 동요이며, 지금도 시대를 초월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불리어지고 있다.




노래 가사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면, 내가 살았던 고향은 꽃이 많이 피는 산골 마을이었습니다. 복숭아꽃 살구꽃, 진달래꽃 등등 수많은 종류의 꽃들이 많이 피곤했습니다. 그 동네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나의 옛 고향에서는 꽃이 많이 피었고 새들이 많이 날아다녔습니다. 또한 파란 들판이 있는 남쪽에서 바람이 불 때에는, 냇가에 있는 수양버들이 춤을 추곤 했습니다. 옛날 그 시절, 어린시절 그 동네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이 노래를 듣다보면 흡사 나의 고향모습을 보는것 같아 더욱 가슴이 뭉클해진다.




생각만 해도 정겹고 그리운 장면이다. 시골이 고향인 사람들은 더더욱 가슴에 와 닿을 듯 하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가사와 정감있는 멜로디는 언제 들어도 마음이 포근해지는 느낌이 든다. 앞 냇가 강변 가엔 아지랑이 피어오르고 버들피리 꺾어 불며 동그란 풀꽃반지(클로버 반지) 만들어 끼고 친구들과 주고 받던 그 시절이 무척이나 그립다. 굽이굽이 돌고 돌아 돌 뿌리 차이며 용케도 버티고 견뎌온 멀고 먼 인생 여정, 돌아갈 수 없는 세월, 그리운 내 고향의 아름다웠던 지난 추억, 오늘도 노을지는 황혼 녘 하늘에 별빛 달빛으로 추억 이야기 담아 나의 고향 배꽃 피는 그 시절의 아련한 봄날의 추억 속을 그려본다. <문학 작가 김명열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402/2024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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